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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도서

나도 안아주면 좋겠다: 에세이 추천 임에스더

by 나무8000 2018.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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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사무치게 외롭고

가숨이 먹먹할 때 빈 마음에 은은히 퍼지는 향긋한 감성 메모




글 · 사진 임에스더

대학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음악이 운명이었듯 글쓰기는 또 다른 운명임을 깨달았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스물여덟에 저마다의 진심으로 빛낫던 100명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 『연인』을 썼다.


그 후에 클래식, 음악, 예술을 나누는 삶을 꿈꾸며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음악살롱','아이들 문화원' 이라는 아틀리에를 열어 클래식 예술 수업을 시작했다


변한 것은 매해 늙어가고 있다는 것,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

www.salonbyesther.com



프롤로그

내 안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방이 있다

나는 그것을 '마음' 이라 부른다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은, 때로는 나도 어쩌지 못할 만큼 고약하고 제멋대로다

그래서 마음에 따라 살 만했다가 아니었다가, 뒤틀렸다가 다시 펴졌다가,

아름답다가 추해지고 사랑하다 미워하며, 별일 없다, 별일 있다 오락가락한다.


마음의 변덕은 어린 시적에 더욱 심했다

그러나 서른을 지난 지금도 어쩌면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냥 모른 척, 괜찮은 척 살아가는 것일 뿐


살다 보면 복잡한 문제들이 많은데 마음 따위 뭐 그리 중요하냐고 그저 모른 척하고 살면 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욱 중요하다. 더욱 중요하다. 물론 오랫동안 언젠가 강렬한 해피엔딩이 있을 거라 믿고 있었다

영원한 행복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완벽한 결합이라 생각한 적도 있고, 간절히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허탈한 날들은 채워지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구멍이 있어어 달콤한 행복은 금세 새어 나갔다. 행복이 새어 나간 자리를 보듬어줄 무언가가 필용했다. 빈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아주는 따스한 온기, 혼자라도 느낄 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다정한 몸짓, 지레 겁을 먹고 두려워할 때 괜찮다고 말해주는 목소리, 한마디 말, 뜻밖의 고백, 그리고 나 자신에게 괜찮다 말해보는 용기, 그 모든 것이 나에게 크고 작은 위로가 되었다.


내 안에는 여전히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방이 있으며, 그곳에는 수많은 추억과 기억, 감정이 얽혀 있지만 나는 그 모든 것으로 인해 성장하고 다시 아프고 다시 성장한다.



너와 나


나는 노래를 계속 듣지.

반복해서, 하나의 노래를 말이야

그럼 너랑 있는 것 같아. 너에게 안겨 있는 그런 느낌 말이야

새벽녘 헤어지며 나누었던 마지막 키스처럼 슬프지만 아름다운 느낌 말이야

나는 노래를 계속 듣지. 반복해서, 하나의 노래를 말이야

그럼 너랑 있는 것 같아


그대, 삶을 채우려 하지 말아요

그대, 지난날을 되돌아봐요. 그대, 오직 성공만이 삶의 목표는 아니겠지요

그대, 아름다운 시간들이 있었지요. 언젠가는 아플 줄 알면서도 사랑으로 가슴 뛰던 날이 있었지요


기억을 간직하는 방법

소월길은 사계절 언제든 좋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릴 때도 인적 드문 길을 천천히 걸을 때도

마음은 늘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한 곳, 한 곳, 시간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주 오래전 소월길에는 한 연인이 있었다

그들은 첫눈에 반했고 첫눈에 알아버렸다

'우린 서로 사랑하게 될 거야.'


늦여름의 공기는 습했지만 연인의 마음은 가장 좋은 봄이었다

그들은 정류장에서 수없이 많은 버스를 그냥 보냈고


헤어질 수 없어 손을 꼭 잡았다

늦은 밤, 새벽, 무더위가 채 지나지 않은 한낮에도 그들은 내내 같이 있었다

나이, 상황, 조건, 미래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도 소월길에는 그들의 모든 것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여자는 소월길을 새로운 추억으로 덧입히지 않았다

잊지 말아야 할 시간을 간직하는 방법은 그런 것.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튼튼한 곳에 맡겨두는 일

마음은 흔들리고 삶이 비틀거려도 잊을 수 없는 사람만은 안전하도록, 

계절에 한 번

잠시 머물다 오는 조건으로 소월길에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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