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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도서

파브르 곤충기 삼성 세계 명작

by 나무8000 2018.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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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벌레노래기벌은 사냥벌의 일종이다. 사냥벌이란 무리 짓지 않고 생활하면서 다른 벌레를 사냥하여 집 속에 모아 두고 애벌레의 먹이로 삼는 벌을 말한다. 먹이가 되는 것은 벌의 종류에 따라 정해져 있어서, 딱딱한 날개를 가진 비단벌레 등 갑충을 사냥하는 노래기벌, 여치나 메뚜기 종류를 사냥하는 구멍벌, 거미를 사냥하는 대모벌, 굼벵이를 사냥하는 나나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1839년 7월에 시골에 사는 친구가 나에게 비단벌레 두 마리를 보내 주었다. 어떤 벌이 날아가다가 그 비단벌레를 떨어뜨렸다는 편지도 곁들였다. 그것은 두줄비단벌레라는 매우 진기한 종류였기 때문에 나는 무척 기뻤다.

이듬해 7월에 나는 왕진도 할 겸 그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 진찰을 마친 후 우리는 비단벌레를 찾아 나섰다. 그날은 흐리고 기온도 낮아서 벌이 날아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단념하지 않고 벌집을 찾기로 했다.

나는 이런 벌은 땅에 구멍을 파서 집을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땅 위에 두더지 무덤처럼 흙이 조금 쌓인 곳이 벌집이다. 위쪽의 흙을 파내고 보니 우물 같은 구멍이 땅속으로 깊이 뚫려 있었다.

삽으로 한참 파 내려가자 비단벌레의 날개가 부서진 채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조심조심 더 파자, 이윽고 온전한 형태의 비단벌레가 서너 마리 나왔다. 금색과 녹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비단벌레를 발견한 나는 너무 기뻐 꿈만 같았다.

 

그때 흙 속에서 벌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그것은 프랑스의 대서양 연안 지방과 에스파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래기벌의 일종이었다. 1시간도 안걸려서 벌집을 세 군데나 팠다. 따져 보니, 벌집 하나에 평균 10마리 이상의 비단벌레가 있었다.

비단벌레노래기벌은 사람이 밟아 단단해질 길에 집을 짓는다. 벌집의 깊이는 보통 30~40센티미터 정도이다. 구멍은 처음엔 수직이지만, 도중에 직각으로 굽어져 가장 깊은 다섯 개 정도의 버찌만 한 방이 있다. 그리고 방마다 비단벌레가 들어 있다. 보통 비단벌레 세 마리가 비단벌레 노래기벌의 애벌레 한 마리의 식량이지만, 비단벌레가 큰 종류면 한 마리나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벌집을 발견하면 입구에 짚을 꽂고 주위에 40센티미터 정도 되는 정사각형을 그린 다음, 모종삽으로 주위를 깊이 40센티미터 정도 되게 파서 흙을 덩어리째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부순다.

이렇게 해서 나는 며칠 동안 20개 정도의 벌집을 파 엎었다. 노래기벌의 애벌레는 알에서 갓 깨어난 것부터 다 큰 것까지 골고루 있었다. 고치에는 아름답게 빛나는 비단벌레의 파편이 박혀 있었다.

비단벌레는 모두 400마리도 넘었다. 나는 처음에는 비단벌레의 아름다움에 놀랐지만, 나중엔 노래기벌의 놀라운 능력에 매우 감탄했다. 그 많은 먹이 중에 비단벌레가 아닌 것은 단 한 마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비단벌레라 해도 모양과 크기가 종류에 따라 꽤 다른데도 노래기벌은 그것들이 모두 비단벌레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신기한 일은 또 있었다. 벌집 속에 저장된 비단벌레는 완전히 죽었는데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싱싱했다. 다리, 더듬이, 몸의 마디마디도 매우 부드럽고 구부리거나 펼 수 있었다. 한 군데도 부서진 곳도 없고 흠집도 없었다.

나는 벌집에서 파내 온 비단벌레를 이틀 동안 그냥 두었는데도 조금도 딱딱해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해부해 보니 내장도 살아 있을 때와 같았다. 보통 곤충은 죽은 후 12시간만 지나면 내장이 마르거나 썩어 버리는데 말이다. 그러나 노래기벌이 잡아 놓은 비단벌레는 1~2주가 지나도 썩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먹이가 썩지 않도록 방부제를 주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벌이 사용하는 방부제는 어떤 것일까?

 

뒤프르의 논문을 읽고 나니, 나는 노래기벌을 연구하고 싶어졌다. 오래지 않아 나는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비단벌레노래기벌이 아니라 흑노래기벌을 통해서 였지만 말이다.

 

 

들판의 청소부 쇠똥구리

태양을 옮기는 신의 화신

똥풍뎅이를 본 적이 있는가? 5월의 맑은 봄날, 들로 나가 가축의 똥이 많은 곳을 잘 살펴보면, 여러 종류의 똥풍뎅이들이 모여들어 엎치락뒤치락 아우성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일을 잘하는 놈이 바로 내가 30년도 넘게 관찰해 온 쇠똥구리 스카라베사크레이다.

똥풍뎅이는 세계 어느 곳에나 살고 있지만, 특히 열대 지방에 많은 종류가 살고 있다. 그리고 종류에 따라 먹는 배설물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는 코끼리의 똥을 먹는 남방뿔풍뎅이라는 커다란 쇠똥구리가 살고 있다. 그리고 온대 지방의 쇠똥구리는 보통 검은색이지만, 남미와 아프리카 등 열대 지방에는 붉은색이나 금록색 또는 청색으로 반짝거리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빛깔을 띠는 쇠똥구리가 많다.

프랑스에도 몇 종류의 똥풍뎅이가 살지만, 대표를 꼽으라면 뭐니 뭐니 해도 쇠똥구리일 것이다. 프랑스의 똥풍뎅이 중에서 가장 크며, 둥글고 평평한 몸은 검은 광택을 띠고 있다. 머리 둘레는 얇고 삽처럼 되어 있으며, 톱니 모양이다. 앞다리도 톱날처럼 되어 있어 자르거나 파기에 편리하다.

자, 그러면 쇠똥구리가 일하는 모습을 보자. 모여든 동료의 수가 많으면 쇠똥구리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 하려고 싸우게 된다. 앞다리를 번쩍 들어 상대를 후려쳐서 넘어뜨린다. 소란스러운 싸움이 그치면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열심히 구슬을 만든다. 먼저 톱니 모양의 머리와 앞다리를 사용하여 똥을 구슬처럼 둥글게 도려낸다. 다음엔 앞다리로 구슬 표면을 다듬는다. 앞다리의 편평한 부분으로 찰싹찰싹 두드릴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 손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을 세워 힘차게 꾹꾹 누르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호두만 한 구슬이 다 만들어졌다.

이제 이 구슬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옮겨 가 맛있게 먹으면 된다. 쇠똥구리는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뒤를 향해 구슬을 밀어 올린다. 두 개의 긴 뒷다리로 발톱을 구슬에 찔러 이곳을 축으로 삼아 회전시킨다. 앞다리로는 몸을 지탱하면서 꽤 빠른 속도로 번갈아 땅을 밀어 뒤로 나아간다. 뒷다리를 계속 움직이며 구슬을 찌르는 발톱의 위치를 바꾸기 때문에 땅이 울퉁불퉁해도 별문제가 없다.

쇠똥구리가 구슬을 굴리며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은 정말 과관이다. 도중에 구슬과 함께 뒤집힌 채로 버둥거리다가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쇠똥구리는 이정도 일에는 결코 기가 죽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될 대로 되라 하고 포기하고 말 텐데 쇠똥구리는 열 번, 스무번 계속 다시 오른다.

 

 때로는 구슬을 굴리는 도중에 다른 쇠똥구리가 날아와 함께 굴리기도 한다. 그때 주인은 물구나무를 서서 뒤로 구슬을 굴리고, 도와주는 쪽은 일어선 자세로 앞에서 구슬을 당긴다. 비탈이 심한 곳에서는 두 마리가 힘을 합해 구슬을 위로 밀어 올릴 때도 있지만, 대체로 도와주는 쪽은 모르는 척할 때가 더 많다.

그러다가 도와주던 놈이 뻔뻔스럽게도 다리를 움츠려 구슬에 찰싹 달라붙은 채 데굴데굴 굴러가기도 한다. 구슬을 차지하려고 몸이 구슬에 깔리든 옆으로 구르든 상관하지 않고 굴러가는 것이다. 물론 주인은 녀석을 따라가 결투를 벌여 먹이를 빼앗아 온다. 하지만 때로는 빼앗기고 새로 구슬을 만들러 가기도 한다.

더 지독한 녀석은 구슬 위에 올라가 갑자기 앞다리로 주인을 퍽 하고 갈기기도 한다. 주인은 거꾸로 서서 구슬을 굴리고 있기 때문에 한 대 맞으면 금방 몸이 뒤집혀 버리고 만다. 주인이 몸을 일으켜 세웠을 때에는 도둑놈이 오히려 주인처럼 구슬 위에 진을 치고 버티고 있다.

주인은 구슬 주위를 맴돌며 상대의 허점을 찾지만, 상대도 주인을 따라 움직이며 위에서 일격을 가해 주인을 쓰러뜨린다. 그러면 주인은 구슬 전체를 굴려 버린다. 도둑놈은 구슬 위로 올라가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 진짜 주인인지 구별이 안 된다. 이제 땅 위에서 앞다리로 서서 치고받고 가슴과 가슴을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상대를 거꾸로 뒤집은 쪽은 재빨리 구슬 위에 올라가 진을 치고 조금 전과 똑같은 태세를 갖춘다.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는 동안에 한쪽이 포기하고 다시 똥 더미로 가서 새로운 구슬을 만든다. 쇠똥구리는 이처럼 남의 것을 훔치지 좋아하는 곤충이다. 그래서 일단 똥 더미를 차지한 쇠똥구리는 다른 놈들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구슬을 가지고 가서 천천히 먹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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